채권이란 무엇인가? 부자들이 주식보다 채권을 더 사랑하는 진짜 이유
주식 투자를 어느 정도 진지하게 하다 보면, 수백억 원대 자산가나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격언을 듣게 됩니다. "주식은 꿈을 먹고 자라지만, 채권은 현실을 먹고산다." 혹은 "진짜 부자들은 주식이 아니라 채권 시장에서 논다."라는 말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가 투자를 처음 시작했던 20대 열혈 청년 시절에는 이 말을 콧방귀 뀌며 무시했습니다. 하루에도 상한가 30%를 오가는 다이내믹한 주식 시장이나 수백 배 대박을 노릴 수 있는 코인 시장을 놔두고, 고작 1년에 3~5% 이자를 꼬박꼬박 챙기는 채권이 너무나 지루하고 겁쟁이들의 도피처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제게 채권은 은퇴한 노인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가장 최근의 2022년 하락장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내 주식 계좌가 반토막이 나고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공포 속에서도, 내 자산이 완전히 파산하지 않게 지탱해 주는 유일한 버팀목이 바로 채권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실제로 전 세계 금융 시장의 규모를 따져보면 주식 시장보다 채권 시장이 훨씬 더 거대합니다. 우리가 아는 진짜 거대한 돈, 스마트 머니는 주식이 아닌 채권의 금리 움직임에 따라 전 세계를 이동합니다.
오늘은 주식의 화려한 수익률 뒤에 가려져 있던 재테크의 숨은 보석, 채권의 세계를 제 투자 경험과 함께 아주 상세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이 글을 정독하고 나면 금리가 오르내릴 때 채권 가격이 왜 춤을 추는지, 그리고 워런 버핏이나 레이 달리오 같은 투자의 대가들이 왜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채권을 챙기는지 그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 1. 채권, 도대체 그게 뭔가요?
아주 직관적으로 설명하면 채권은 차용증입니다. 정부나 기업, 혹은 지자체가 거창한 사업을 하려는데 돈이 필요할 때, 은행에서 빌리는 대신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리고 써주는 증서입니다. "나한테 1억만 빌려주면, 3년 뒤에 갚을게. 그동안 이자는 매년 5%씩 줄게."라고 약속한 종이 조각인 셈이죠.
여기서 주식과 채권의 결정적인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그 회사의 주인(주주)이 되어 사업의 리스크를 함께 짊어지는 것입니다. 회사가 대박이 나면 배당도 받고 주가도 오르지만, 회사가 망하면 내 돈도 0원이 됩니다. 즉,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반면, 채권을 산다는 것은 회사의 채권자가 되는 것입니다. 회사가 대박이 나든 쪽박을 차든 상관없이, 회사가 부도가 나서 문을 닫지 않는 한 약속된 날짜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법적인 권리가 생깁니다. 심지어 회사가 망해도 남은 재산을 처분할 때 주주보다 채권자가 먼저 돈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것이 채권이 주식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샀다면, 여러분은 나라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되는 겁니다. 삼성전자가 발행한 회사채를 샀다면, 삼성전자에 돈을 빌려준 것이죠. 만기(돈 갚는 날)가 되면 원금을 돌려받고, 그전까지는 3개월이나 6개월마다 꼬박꼬박 이자(표면금리)를 받습니다. 이 확정된 현금 흐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 2. 채권 가격과 금리의 시소 게임
채권 투자에서 초보자들이 가장 헷갈려 하고, 저 역시 처음엔 도저히 이해가 안 갔던 것이 바로 채권 가격과 금리의 역의 관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시장 금리가 오르면 내가 가진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릅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채권 투자의 90%입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이해했던 가장 쉬운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이 작년에 연 이자 1%를 주는 1만 원짜리 국채를 샀다고 칩시다. "1년에 100원씩 이자를 받겠구나" 하고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경기가 너무 좋아져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렸고, 새로 발행되는 국채는 이자를 5%나 준다고 합니다. 자, 이제 시장 사람들은 여러분이 가진 작년 1%짜리 채권을 거들떠볼까요? 아무도 안 삽니다. 다들 5%짜리 따끈따끈한 새 채권을 사려고 줄을 서겠죠. 그러면 여러분은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이 1%짜리 헌 채권을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대폭 깎아서 내놔야 합니다. 1만 원이 아니라 9,000원, 8,000원에 내놔야 겨우 팔리겠죠. 이것이 바로 금리가 오를 때 채권 가격이 폭락하는 원리입니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져서 금리가 뚝 떨어져 새 채권이 0.5%밖에 안 준다면 어떨까요? 여러분이 가진 1%짜리 채권은 귀한 몸이 되어 서로 사겠다고 달려듭니다. 가격이 1만 1,000원, 1만 2,000원으로 오르게 됩니다. 이 원리 때문에 경제 위기가 와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릴 것 같으면(경기 침체), 스마트한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고 미리 채권을 사서 엄청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위기 때 채권이 빛나는 이유입니다.
## 3. 부자들이 채권을 사랑하는 이유: 확정된 미래와 마음의 평화
주식은 내일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신의 영역이죠. 하지만 채권은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미래의 수익이 확정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수백억 자산가들이 채권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특히 미국 국채나 한국 국채는 국가가 망하지 않는 이상 원금을 떼일 일이 없습니다. 이를 무위험 자산이라고 합니다. 수십억, 수백억을 가진 자산가 입장에서는 대박을 터뜨려 자산을 두 배로 불리는 것보다, 내 돈을 잃지 않고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물가 상승률 정도만 방어하면서 자산을 안전하게 다음 세대로 넘겨주는 것이 목표인 경우가 많죠. 그래서 그들은 자산의 50% 이상을 안전한 국채에 묻어두고, 밤에 두 다리 뻗고 잡니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이자 수익만으로도 생활비는 차고 넘치니까요.
## 4. 채권 투자의 리스크: 안전하다고 방심하면 큰코다친다
물론 채권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저도 채권 투자로 손실을 본 적이 있는데, 바로 다음 두 가지 위험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첫째, 부도 위험(신용 위험)입니다. 돈을 빌려 간 기업이 망해버리면 채권은 휴지 조각이 됩니다. 그래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일명 정크 본드, 투기 등급)일수록 돈을 떼일 확률이 높으니 투자자를 꼬시기 위해 이자를 아주 많이 줍니다. 고수익에 혹해서 샀다가 회사가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 원금도 못 건질 수 있습니다. 초보자라면 욕심부리지 말고 국채나 우량 회사채(AA등급 이상)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둘째, 금리 상승 위험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내가 장기 채권을 샀는데 시장 금리가 급등해버리면, 내 채권 가격은 폭락합니다. 만기까지 10년, 20년 꾹 참고 들고 있으면 원금은 받겠지만,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중간에 팔아야 한다면 -20%, -30%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2022년이 딱 이랬습니다. 전 세계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개미들이 비명을 질렀던 이유가 바로 채권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 5.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내 포트폴리오의 수비수
과거에는 채권 투자가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최소 투자 금액이 컸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아주 쉬워졌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채권 ETF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주식처럼 사고파는 펀드인데, 미국 국채 ETF(예: SHY, IEF, TLT 등)나 한국 국채 ETF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개별 채권을 분석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여러 우량 채권을 묶어놓은 ETF를 사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포트폴리오의 20~30%는 항상 미국 국채 ETF로 채워둡니다. 평소에는 심심하지만, 주식이 폭락하는 경제 위기가 오면 사람들은 안전 자산인 국채로 몰려들고,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주식 손실을 메워주는 훌륭한 쿠션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축구로 치면 골키퍼나 수비수를 두는 것과 같습니다. 공격수(주식)만 11명 있는 팀은 결코 우승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 핵심 요약
차용증의 원리: 채권은 돈을 빌려주고 정해진 날짜에 이자와 원금을 받는 권리이며, 주식보다 자산 순위가 높은 안전 자산으로 분류됩니다.
시소 법칙: 시장 금리가 오르면 내가 가진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릅니다. 이 역의 관계가 채권 투자의 핵심입니다.
경제 위기의 피난처: 경기 침체가 오면 주식은 떨어지지만, 안전 자산인 국채 가격은 오르는 경향이 있어 자산 전체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훌륭한 방어 수단이 됩니다.
부자의 마인드: 잃지 않는 투자를 중시하는 부자들은 확정된 현금 흐름을 주는 채권을 통해 자산을 안정적으로 증식시킵니다.
여러분의 포트폴리오에는 든든한 수비수, 채권이 있으신가요? 혹시 채권 투자로 이자를 받아보거나 금리 하락기에 시세 차익을 거둔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여러분만의 자산 배분 노하우를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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