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의 기초: 금리가 오르면 왜 내 채권 가격은 떨어질까? 안전 자산의 역설
주식 투자를 어느 정도 진지하게 공부하다 보면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진짜 부자들은 주식이 아니라 채권 시장에서 논다"는 말입니다. 저 역시 투자를 처음 시작했던 시절에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씩 오르내리는 역동적인 주식 시장을 놔두고, 고작 연 몇 퍼센트의 이자를 받기 위해 거액을 묶어두는 채권 투자가 너무나 지루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2년과 같은 기록적인 금리 인상기를 거치며 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주가 지수가 폭락하고 자산 가치가 녹아내릴 때, 시장의 향방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정확하게 알려준 나침반은 주식 차트가 아니라 바로 채권 금리였습니다. 전 세계 돈의 흐름을 결정짓는 거대 자본들이 주식보다 훨씬 큰 채권 시장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죠.
오늘은 주식의 영원한 짝꿍이자 자산 배분의 핵심인 채권의 기초를 다뤄보겠습니다. 특히 많은 초보 투자자가 가장 헷갈려 하는 금리와 채권 가격의 반비례 관계를 제 경험을 담아 아주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 원리만 깨달아도 여러분의 투자 시야는 이전보다 몇 배는 더 넓어질 것입니다.
## 1. 채권은 국가와 기업이 발행한 공식 차용증이다
우리가 친구에게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을 쓰듯이, 국가나 기업이 거대한 사업을 하기 위해 대중에게 돈을 빌리고 써주는 증서가 바로 채권입니다. 주식은 회사의 주인(주주)이 되는 권리이지만, 채권은 회사의 채권자가 되는 권리입니다.
주식은 회사가 망하면 내 돈도 0원이 되지만, 채권은 회사가 망하더라도 남은 자산을 처분할 때 주주보다 먼저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와 상관없이 약속된 날짜에 정해진 이자(표면금리)를 꼬박꼬박 지급해야 합니다. 그래서 채권을 확정 소득 증권(Fixed Income)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포트폴리오의 일정 부분을 항상 채권이나 채권 ETF로 채워두는 이유는 바로 이 예측 가능성 때문입니다. 주식 시장이 혼란에 빠져 내일의 주가를 알 수 없을 때도, 채권은 저에게 "몇 월 며칠에 이만큼의 이자를 줄게"라는 약속을 지키며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 2. 금리와 채권 가격: 절대로 멈추지 않는 시소 게임
채권 공부에서 가장 큰 고비는 바로 이 대목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상식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많이 받으니 채권에 좋은 것 아닐까 생각하기 쉽지만, 채권 시장의 원리는 그 반대입니다.
제가 이해했던 가장 쉬운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작년에 연 이자 1%를 주는 1만 원짜리 채권을 샀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올해 금리가 급격히 올라서, 새로 발행되는 채권들은 이자를 5%나 줍니다. 자, 이제 시장 사람들은 여러분이 가진 1%짜리 헌 채권을 사려고 할까요? 당연히 아무도 안 삽니다. 다들 5%짜리 새 채권을 사려고 줄을 서겠죠. 이때 여러분이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이 1%짜리 채권을 팔아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격을 깎아줘야 합니다. 1만 원이 아니라 9,000원, 8,000원에 내놔야 사람들이 "음, 이자는 적지만 가격이 싸니까 살만하네"라고 생각하며 사갑니다. 즉, 시장 금리가 오르니 내가 가진 채권의 몸값(가격)이 떨어진 것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새로 나오는 채권들은 이자를 0.5%밖에 안 주는데, 내가 가진 채권은 1%를 줍니다. 내 채권은 귀한 몸이 되어 가격이 1만 1,000원으로 뜁니다. 이것이 바로 금리와 채권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시소의 원리입니다.
## 3. 듀레이션: 가격 변동의 폭을 결정하는 시간의 힘
채권 투자에서 금리만큼 중요한 개념이 바로 듀레이션(Duration)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채권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을 의미한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보통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듀레이션이 깁니다.
왜 이것이 중요할까요?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1% 변할 때, 만기가 1년 남은 단기 채권은 가격이 조금 움직이지만, 만기가 30년 남은 장기 채권은 가격이 20~30%씩 폭등하거나 폭락할 수 있습니다.
저는 2022년처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듀레이션이 짧은 단기 채권에 집중하여 손실을 방어합니다. 반대로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는 듀레이션이 긴 장기 채권 ETF를 사서 강력한 시세 차익을 노립니다. 채권도 주식만큼이나 다이내믹한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만이 이 긴 파도를 탈 수 있습니다.
## 4. 신용 등급: 이 나라와 기업을 믿어도 될까?
채권은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 것이 핵심이기에, 상대방의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수치화한 것이 신용 등급입니다. AAA부터 D까지 등급이 나뉩니다.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는 신용도가 가장 높습니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돈을 떼일 일이 없기에 이자는 낮지만 가장 안전합니다. 반면 이름 모를 중소기업이나 재무 상태가 나쁜 기업이 발행하는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은 부도 위험이 큰 대신 아주 높은 이자를 약속합니다.
제가 실전에서 지키는 원칙은 하락장일수록 국채 위주로 안전하게 운용하고, 경기가 회복되는 구간에서 우량 회사채로 비중을 넓혀 이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욕심에 눈이 멀어 신용 등급이 낮은 채권에 몰빵했다가는, 기업이 법정 관리에 들어가는 순간 내 자산이 공중분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5.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채권은 보험이자 기회다
결국 채권 투자의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평소에는 안정적인 이자 수익(쿠폰 수익)을 챙기는 것이고, 위기 상황에서는 주식 하락분을 상쇄하는 방패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특히 경제 위기가 와서 주식 시장이 패닉에 빠지면, 중앙은행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립니다. 이때 채권 가격은 반대로 급등하죠. 남들이 주식 투매로 눈물을 흘릴 때, 채권을 들고 있는 투자자는 급등한 채권을 팔아 헐값이 된 우량 주식을 줍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것이 자산 배분의 진정한 묘미입니다.
부자들이 채권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들이 소심해서가 아닙니다. 시장의 하락을 방어하면서도 다음 상승장을 준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계좌에도 이제 든든한 방패 하나쯤은 마련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 핵심 요약
차용증의 원리: 채권은 국가나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받는 권리이며, 주식보다 자산의 안정성이 높습니다.
역의 관계: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채권의 매력이 떨어져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합니다.
듀레이션의 마법: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크므로 투자 시 목적에 맞는 선택이 필요합니다.
신용의 가치: 신용 등급이 높은 국채는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고, 등급이 낮은 회사채는 고수익을 주지만 부도 위험을 동반합니다.
포트폴리오의 방패: 주식 하락장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가격이 오르는 채권의 특성을 이용해 전체 자산의 손실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포트폴리오 중 채권의 비중은 얼마나 되시나요? 혹시 금리가 고점이라는 뉴스를 보고 채권 투자를 고려해 보신 적이 있나요? 채권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나 궁금한 점을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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