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왜 우리는 꼭 고점에서 사고 바닥에서 팔까? 내 안의 본능을 이기는 투자 심리

 경제학 교과서의 첫 페이지에는 항상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는 가상의 인간이 등장합니다.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분석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언제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만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존재죠. 하지만 실제 주식 시장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을 돌아봅시다. 주가가 폭등하면 나만 소외될 것 같은 공포에 휩싸여 최고점에 올라타고, 주가가 조금만 빠지면 공포에 질려 가장 저점에서 주식을 던져버립니다.

저 역시 10년 넘게 투자를 해오면서 뼈저리게 느낀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투자의 실패는 지식이 부족하거나 정보가 늦어서가 아니라, 우리 뇌에 깊숙이 새겨진 원시적인 본능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수만 년 전 맹수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발달한 우리의 생존 본능이, 현대의 자본 시장에서는 오히려 내 계좌를 갉아먹는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오늘은 인간의 비합리적인 선택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우리가 왜 투자에서 실수를 반복하는지 그리고 그 본능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 제 실전 경험을 담아 깊이 있게 풀어보겠습니다.

## 1. 손실 회피 편향: 100만 원의 기쁨보다 고통이 2배 크다

행동경제학의 대부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이 이익에서 얻는 행복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을 훨씬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이를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이라고 합니다.

이 본능 때문에 우리는 투자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릅니다. 바로 수익이 난 종목은 조금만 올라도 이익을 확정 짓고 싶어 빨리 팔아치우고(익절), 손실이 난 종목은 그 고통을 인정하기 싫어서 원금이 회복될 때까지 끝까지 버티는(비자발적 장기 투자) 것입니다. 고수들은 늘 수익은 길게 가져가고 손실은 짧게 끊으라고 말하지만, 인간의 본능은 거꾸로 수익은 짧게 끊고 손실은 길게 끌고 가라고 명령합니다.

제가 초보 시절 가장 많이 했던 실수가 이것입니다. 좋은 주식을 사서 10% 수익을 내고 좋아하며 팔았는데, 그 주식은 이후 10배가 올랐습니다. 반면 잘못 고른 주식은 -30%가 되었음에도 본전 생각에 팔지 못하다가 결국 상장폐지 근처까지 가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계적인 손절 라인을 설정합니다. 내 뇌가 고통을 피하려고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미리 정해둔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죠.

## 2. 처분 효과와 닻 내림 효과: 내가 샀던 가격이라는 족쇄

우리는 주식을 살 때 내가 매수한 가격에 닻(Anchor)을 내립니다. 이를 닻 내림 효과라고 합니다. 주식의 적정 가치는 기업의 실적이나 시장 환경에 따라 매일 변하는데, 우리는 오직 내가 얼마에 샀느냐만을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합니다.

어떤 종목을 10만 원에 샀던 사람은 주가가 7만 원으로 떨어지면 "내 본전인 10만 원이 올 때까지는 절대 안 팔아"라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당신의 매수 가격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기업이 7만 원의 가치가 있느냐, 아니면 더 떨어질 것이냐입니다.

제가 투자를 하면서 가장 경계하는 문장이 바로 본전 오면 팔겠다입니다. 본전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는 더 좋은 종목으로 갈아타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비용을 날리게 됩니다. 현재 이 종목의 매력이 사라졌다면, 내 매수가가 얼마든 상관없이 냉정하게 팔고 더 유망한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합리적인 투자자의 태도입니다.

## 3. 확증 편향: 내가 보고 싶은 뉴스만 찾는다

어떤 종목을 매수하고 나면, 우리 뇌는 신기하게도 그 종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만 찾아다니기 시작합니다. 호재성 뉴스에는 열광하며 지인들에게 공유하지만, 기업의 위기를 경고하는 분석글에는 이 사람은 알지도 못하면서 떠든다며 화를 냅니다.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합니다.

특히 주식 토론방이나 특정 종목의 팬덤 커뮤니티에 상주하며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내 판단이 옳다는 착각은 더욱 강화됩니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지면 대응을 하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저는 종목을 분석할 때 반드시 반대 의견을 먼저 찾아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 주식이 안 오를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틀렸다면 어떤 시나리오 때문일까?를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합니다. 내 생각이 틀렸을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최악의 파산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 됩니다.

## 4. 군집 행동: 남들이 뛰면 나도 뛴다

원시 시대에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행동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남들이 뛰면 일단 같이 뛰어야 살 수 있었죠. 이 군집 행동 본능은 현대 주식 시장에서 포모(FOMO)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특정 테마주가 불붙었을 때, 기업의 가치 분석보다는 남들이 다 돈을 벌었다더라는 소외감 때문에 뒤늦게 최고점에서 뛰어드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거품은 언제나 군중의 열광이 정점에 달했을 때 터집니다. 투자의 전설 존 템플턴은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며, 낙관 속에서 성숙해 행복 속에서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환호할 때 뒤를 돌아보고, 모두가 공포에 떨 때 용기를 내는 역발상 투자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 5. 투자 심리를 다스리는 법: 본능을 시스템으로 묶어라

결국 행동경제학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인간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라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는 것입니다. 내 의지력을 믿지 마세요. 대신 시스템을 믿어야 합니다.

첫째, 매매 일지를 작성하세요. 내가 왜 이 주식을 샀는지, 당시 내 감정 상태는 어떠했는지를 기록하면 내 안의 편향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둘째, 분할 매수와 분할 매도를 생활화하세요. 한 번에 모든 것을 결정하려 하면 감정이 요동칩니다. 나누어 실행하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셋째, 시장과 거리를 두는 시간을 가지세요. 주가 창을 1분마다 들여다보는 것은 뇌의 본능을 계속 자극하는 행위입니다. 가끔은 모니터를 끄고 산업의 본질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비로소 본능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핵심 요약

  1. 본능의 인정: 우리는 이익보다 손실에 두 배 더 민감하고(손실 회피), 내 매수가에 집착하며(닻 내림), 보고 싶은 것만 보는(확증 편향) 비합리적인 존재입니다.

  2. 비합리적 매매: 이러한 심리적 기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주식 시장의 고점에서 사고 저점에서 파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3. 군집 행동 경계: 남들을 따라가는 포모(FOMO) 심리를 억제하고, 대중의 열광이 정점에 달했을 때 오히려 냉정해지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4. 시스템의 힘: 내 의지력보다는 분할 매수, 손절 원칙 등 미리 정해둔 시스템과 규칙을 따르는 것이 심리적 함정을 피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주식 투자 중에 아, 이때 내 감정에 휘둘렸구나라고 후회했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본전 생각 때문에 좋은 탈출 기회를 놓쳤던 경험이나, 남들을 따라 샀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여러분의 소중한 경험담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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